나의 이야기

[스크랩] 세밑 풍경

생각소리 2015. 8. 14. 18:22

어릴적 엄마가 했던말이 정말 이제 어른이되고서야 실감이난다.

설명절 없었으면 좋겠다고....

어릴땐 그말하는 엄니가 진짜로 야속했다.

 맛있는걸 먹는건 기본이고 ,따신 도꾸리(티셔츠)도 사주고 ,발가락을 기운 양말대신 빨간 새양말도 신을수 있었는데...

이제서야 그 골무단았던(고단했던) 엄마들의 삶이 이해가된다.

이맘때쯤이면 놋 그릇 닦는일부터 설 명절 준비가 시작됐다.

볏짚에다 잿가루를 묻혀서 하루종일 반짝반짝 팔둑이 빠져라 닦으면 그제서야 녹(놋)그릇이 유기로 변신을했다.

그다음은 두부를 만드는일이다.

 콩을 하루종일 불려놨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맷돌에 갈았다.

자던 눈을 비비면서  짧은팔탓에 ,돌아가는 맷돌에 딸려가며 아침한나절까지 맷돌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끓이고  짜고  또 끓이고 또짜고...

 오후나 되서야 구수한 두부를 먹을수 있었지만 그수고로움으로 만든 두부는 설 음식으로는 빠질수없는 음식이었다.

 메밀묵은 그나마 두부보다는 한단계 덜 거치고 만들지만 눗지않게 가마솥바닥을 게으름피지않고 저어야했다.

하루씩 동네를 돌며 펑 튀기 아저씨가 오고...

그 이색적인 소리에 귀를 틀어 막으면서도 우리에겐 빼놓을수 없는 구경거리였으니.

강낭튀밥 한자루에 그해 겨울이 온전히 배부를수 있었고, 이 작은 포만이 또 오래도록 우리 추억을 배고프지않게하다니....

떡국을 빼는 날은 그야말로 기다림의 하일라이트였다.

떡가래를, 꽁꽁 숨겨 놓았던 토종꿀에다 찍어먹는 그맛이란!

떡가래를 한 나절 말렸다가   엄마와 할매의 수고끝에 설날 떡국으로, 또 남은건 말렸다가 보름날 펑튀기 특식으로 거듭났다.

본격적인 제사음식......무슨 산골 지역에서 생선은 그리 많이 썼는지?

 조기 명태 이맹수 문어 사에두치(상어) 거기다 비린내나는 고등어까지.....

또 가자미 찌짐은 어떤 지역에서도 마련 하는걸 못봤는데 영양은 이게 빠지면 제사가 아니라고.

이렇게 설이 다가오고 ,날씨는춥고 ,우물물 얼까 걱정끝에 

 파란 하늘밑에 새풀먹인 하얀 할배 두루마기가 걸리면 엄마 마음은 더 바빠졌다.

새옷 새양말을 매일 신주단지 모시듯하면서 그렇게 우리의설날은 슬금 슬금 다가오고 ,

올해 세뱃돈은 얼마나 받을수 있을까 셈하는 손가락사이로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이제 내가 이 주름지려는 손으로 설 준비를 해본다......

 

출처 : 영양초육사회(영양초등학교64회동창회)
글쓴이 : 생각소리(곽종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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