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봉숭아꽃

생각소리 2015. 8. 14. 18:11

봉숭아꽃

         광토 김인선

 

꽃잎에 매달린 그리움을 뚝뚝 따내어 시큼한 백반과 소금을 섞어 곱게 찧는 밤

누이의 하얀 손끝마다 외로움에 젖어 있는 눈썹달에 아름다운 나비 고치가 둥지를 튼다.

 

기다림 콕콕 절이던 밤이 지나 맑은 손톱에 선홍빛 아름다운 우화가 펼쳐지면

살포시 웃으며 거울 앞에 서던 누이의 모습이 봉숭아꽃에 나비처럼 날아와 앉는다.

 

아마 누이는 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지워지지 않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믿었을 것이다.

여름철 대표적인 봉숭아꽃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이고 고려 시대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널리 퍼졌다 한다.

 

생김새가 봉(鳳)과 비슷하다 하여 봉선화라 부르다가 봉숭아라는 우리 이름을 지닌 꽃

얽힌 전설도 많고 씨앗에는 특별한 효능이 있어 요리할 때 씨앗을 넣으면

딱딱한 생선 가시가 물렁물렁하게 되고 가루를 내어 마시면 요도나 신장의 결석도 희석한다고 알려졌다.

 

봉숭아꽃을 노래한 가곡 봉선화(김형준 작사, 난파 홍영후 작곡)

일제 강점기에 친일적 사상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하던 난파의 대표적인 곡으로 당시 민중의 바닥에 깔린

조국 독립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식민 지배에 대한 울분이 가사에 배어 있어 널리 애창된다.

 

그런데 가곡 '봉선화'의 3절은 잘 부르지 않아서인가 아는 이가 많지 않아 적어 본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하길 바라노라

 

1, 2절과는 의미가 다른 연이다.

시인 김형준은 뜨거운 소망으로 조국광복을 염원하며 이 마지막 연을 썼을 것이다.

 

7월부터 8월 사이 몰아치는 장맛비와 바람을 이기며 어느 곳을 가든 환하게 핀 봉숭아꽃

건드리지 말라는 씨방

건드리며 멀리멀리 씨앗을 뿌려 영원히 지지 않고 피겠다는 의지 아닌가

 

그래서인지

봉숭아꽃은 어릴 적 누이의 손톱보다 생각보다

지금도 독도를 제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 정부의 빗나가는 우경화를 생각게 한다.

 

다시는 치욕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저들의 의중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을 쇠 말뚝을 찾아내 뽑아내야 한다.

독립을 위해 숨진 혼

그 고귀한 영령의 증오가 사라질 때까지...

 

 

손톱 끝에 물들인

자유 향한 선혈 말살하려고 아직 눈 부릅뜬 말뚝의 망령
피 토하던 시간이 이어진다

 

울 밑에 핀이여
숨겨 박힌 모욕의 쇠 뿌리가 어디 있나

보이는가
 
목구멍 걸린 그 가시를 녹일 수 있다면
식도가 헤진다 해도 임이 터친 씨앗 삼키고 싶다

그 증오
물려받고 싶다

 

싱그러운 오후

바람 없건만 아픈 잔상 잊은 나를 탓하는가?
붉은 핏줄 부르르 떠는

꽃잎
아, 봉선화

 

- '봉선화' 전문 -

 

 

 

 

출처 : 블로그/접은 날개
글쓴이 : 炚土 김인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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